몽골 목회 칼럼

오오츨라레(уучлаарай)? 안 미안해요? (2023.01.29)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1-27 17:04
조회
145
오오츨라레(уучлаарай)? 안 미안해요? (2023.01.29.)

이상수 목사

몽골에 십년 살면서 참 듣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오오츨라래(уучлаарай)’ 인 듯 합니다. 사과의 의미인 ‘미안하다’는 뜻인데요. 상대방이 나에게 실수를 하고 분명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데 몽골에서는 이 말을 잘 안하더라구요. 진짜 십년 살면서 열 번도 못 들어 본 단어 같습니다.

좀 지난 일이긴 합니다만 편의점에 갔었습니다. 물건을 사고 3만 투그릭인가 나왔는데, 카드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보니 30만 투그릭이 찍혀 있는 것이지요. 식당엘 가나 어디를 가도 종종 전에는 그런 일이 있어서 영수증 확인을 하는 편인데요. 그래도 가격의 10배는 좀 심해서 마음도 상하고 항의(?)의 표정으로 정정 요구를 했지요. 그런데 점원은 씩 웃을 뿐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더라구요.

한 번은 주차장에 반듯하게 차를 세워 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차가 길을 가로막고 가버린 거죠. 약속이 있어 서둘러 차에 남겨진 번호가 있나 보니 작은 글씨로 있더라구요.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정말 수십 통을 하고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 차 주인이 나왔는데요. 또 미안하다는 말을 안해요. 아무 말도 없이 본인이 인상을 찌푸리고 가더라구요.

그래서 민족성이나 문화차이인지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르더라구요. 그래서 몽골분들에게도 물어 봅니다. 그런데 잘 인지를 못하고 계시더라구요. 미안하다고 해야 할 상황에서 왜 이분들은 미안하지 않은 거지? 사회주의의 영향인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반대로 나라도 그럼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해야지 내가 문화를 바꾸어 보자 그런 착한(?) 생각도 해보았어요.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을 할 상황이 되면 ‘오오츨라래’를 연발했지요. 그러면 그냥 괜찮다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이상하다는 듯 힐끗 보고 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지요. 문화를 선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장로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 십년 묵은 궁금증이 풀렸지요. 몽골어에서 ‘오오츨라래’는 전장에서 패한 장수가 자기의 목숨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그런 아주 심각하고 진지한 어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실수를 하고 예의상 미안하다고 하는 말이나 영어의 ‘I`m Sorry’ 같은 표현은 몽골어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으며 그간의 일들이 이해도 되고 무척 챙피했습니다. 나의 문화를 기준으로 그들을 판단했구나!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는데, 나는 그걸 들으려 하고 또 바꾸려 했었구나! 상대방은 충분히 표정으로 미안해 했는데, 어떻게 말할지 몰라서 그런 거였는데,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말았구나. 내가 옳았다고 주장하던 많은 시간들에 되려 상처 받았을 상대방들이 떠올랐습니다. 오히려 잠언에서 말씀하는 내가 지혜 없는 어리석은 자, 미련한 자가 아니었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