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언제 한 번 밥먹자? (2023.02.05)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2-02 07:16
조회
140
언제 한 번 밥먹자? (2023.02.05)

이상수 목사

한국 문화에서는 ‘밥’ 식사와 관련된 인사를 종종 사용합니다. 어르신을 만나도 ‘진지 드셨냐’ 여쭙고, 친구들과도 ‘밥 먹었냐’고 인사합니다. 얼마 전 영화에서 한 사람이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마다 ‘식사는 많이 잡솼어’하던 어감이 참 재미있던 기억이 납니다.

실은 이렇게 ‘밥’으로 하는 인사가 일상이 된 데에는 한국의 가난하던 시절이 배경이 됩니다. 잦은 침략과 수탈 그리고 한국 전쟁까지 제대로 밥을 먹을 수도 없었던 시절을 보내며 생긴 인사말이지요. 초근목피, 정말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벗겨 먹어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 들이 있지요.

그래서 인지 넉넉해진 요즘도 ‘밥’으로 시작하는 인사는 싫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 한 번 시간 내어 만나자’는 추상적인 약속도 ‘언제 밥 한 번 먹자’ 인사를 건내지요. 그리고 그렇게 인사를 받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그냥 인사인지 일정인지 대강 파악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적인 이해가 없으면 이 당연한(?) 인사가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죠. 밥 먹자는 인사 잘못했다가 몽골에서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히니까요. 몽골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는 충분히 오해를 살만 하지요. ‘저 사람은 식사 일정을 잡자 해놓고 번번이 어기는 거짓말쟁이야’.

이런 일들을 많이 겪은(?), 경험한 몽골 분들은 ‘아 인사구나’ 하고 알아챕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언제 먹을까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실은 저도 언제 한 번 밥 먹자며 빈말로 친근감을 표하는 인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신뢰하지도 않지요. 아예 약속 날짜를 잡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벌써 한국을 떠나 다른 문화권에서 산지 15년 차가 되어서 그런가요. 밥 먹자 하면 일정부터 확인하게 되더라구요. 문화란 그런 것 같습니다. 안부를 물어주는 편안함,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는 배경 말이지요. 물론 습관적으로 밥 먹자 하면서 한 번도 밥 살 생각 없는 사람들은 빼고요.

우리 신앙에서는 ‘기도해보겠습니다’ 내지는 ‘기도 할께요’가 점점 그런 표현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됩니다. 기도는 언제 한 번 밥먹자와 같은 문화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답을 하면 구체적으로 묻고 또 진지하게 하나님 앞에서 중보하는 신앙되어야죠. 단순한 배고픔이 아닌 영적인 허기와 빈곤, 그리고 생명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