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미트꾸(Мэдэхгүй) 잘 모르겠는데요? (2023.05.28)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5-26 07:54
조회
239
미트꾸(Мэдэхгүй) 잘 모르겠는데요? (2023.05.28)
이상수 목사
몽골에 처음 와서는 오래된 러시아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지어진지 몇 십 년은 되어 보이는 낡은 집이었지요. 지금은 십여 년 만에 천지가 개벽을 하듯 시내에 새로운 아파트가 많아졌지만요. 러시아 아파트는 좁은 복도에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방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그곳에서 살며 별일 다 있었던 것 같아요.
새 집에 온다고 페인트를 칠해 주셨는데 페인트 냄새가 너무 나서 눈이 아플 지경이었죠. 그래서 창문을 열었더니 겨울이라 매연이 심해서 방에 안개가 낀 듯 했습니다. 창문을 닫으면 눈물이 나고 창문을 열면 매연에 콧물이 났네요. 살던 러시아 아파트는 관리를 해주는 업체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저런 집안 일이 있으면 회사에 연락을 해야 했습니다.
수도관 연결부터 전기, 하수도 등 기사(?) 분들이 오셔서 고쳐 주시지요. 그런데 수도를 고치러 오신 분들은 딱 수도만 보시는 거에요. 집에 고장이 난 다른 부분도 좀 봐주시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 다른 무엇을 물어보면 어깨를 살짝 움직이시며 ’미트꾸 미트꾸시데‘라고 답을 하시죠. 잘 모르겠다는 말인데요. 그리고 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있으면 저보고 시장에 가서 사오라 하고 말이죠.
그렇게 시장을 헤매며 부품을 사오면 또 안 맞아서 다시 사고 그렇게 뭐하나 고치려면 며칠이 지나지요. 답답한 마음에 물어도 봅니다. 관리실에서 오신 김에 이것 저것 다 좀 봐주시면 안되냐고요. 그러면 안 된다고 자긴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몽골은 사회주의 시스템이 작동했던 나라라 전문가가 그 일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전문가 분들이 오셔도 뭘 그닥 잘하시지는 않는 듯하여 그 다음 부터는 왠만한 집안 수리는 스스로 하는 편입니다. 윗집에서 수도관이 고장 나서 자다가 밤중에 집 천장에서 물만 쏟아지지 않는다면요. 하수관이 막혀서 변기와 욕조로 구정물이 역류하지만 않는다면요. 상하수도 관 연결, 전기 수리, 타일 붙이고 하는 집 수리는 직접 하죠. 예전 군대에서 배운 기술과 알바로 익힌 짬을 모두 동원해서요.
재미있는 것은 집수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몽골 분들에게 뭘 물어보면 ‘미트꾸’라고 ‘모른다’는 답을 참 많이 듣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미트꾸, 길을 물어봐도 미트꾸,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 물어봐도 미트꾸입니다. 사회주의를 경험해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당하며 눈치를 봐야 했기에 책임지지 않으려 모른다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몽골 분이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물어 보시는 거 정말 모를 때가 많다고요. 진짜 몰라서 그런 거라고 말이죠. 삶의 속도와 방향, 지식의 습득과 공유의 정도가 다른데 또 내 생각만으로 ‘왜 모르냐? 왜 모른다고만 하냐?’고 한건 아닌지요. 우리 신앙도 돌아봅니다. 때론 교회를 다닐 만큼 다니신 분이 왜 그러실까 비판하는 마음이 살짝 들 때 말입니다. 그분이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
이상수 목사
몽골에 처음 와서는 오래된 러시아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지어진지 몇 십 년은 되어 보이는 낡은 집이었지요. 지금은 십여 년 만에 천지가 개벽을 하듯 시내에 새로운 아파트가 많아졌지만요. 러시아 아파트는 좁은 복도에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방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그곳에서 살며 별일 다 있었던 것 같아요.
새 집에 온다고 페인트를 칠해 주셨는데 페인트 냄새가 너무 나서 눈이 아플 지경이었죠. 그래서 창문을 열었더니 겨울이라 매연이 심해서 방에 안개가 낀 듯 했습니다. 창문을 닫으면 눈물이 나고 창문을 열면 매연에 콧물이 났네요. 살던 러시아 아파트는 관리를 해주는 업체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저런 집안 일이 있으면 회사에 연락을 해야 했습니다.
수도관 연결부터 전기, 하수도 등 기사(?) 분들이 오셔서 고쳐 주시지요. 그런데 수도를 고치러 오신 분들은 딱 수도만 보시는 거에요. 집에 고장이 난 다른 부분도 좀 봐주시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 다른 무엇을 물어보면 어깨를 살짝 움직이시며 ’미트꾸 미트꾸시데‘라고 답을 하시죠. 잘 모르겠다는 말인데요. 그리고 수리에 필요한 부품이 있으면 저보고 시장에 가서 사오라 하고 말이죠.
그렇게 시장을 헤매며 부품을 사오면 또 안 맞아서 다시 사고 그렇게 뭐하나 고치려면 며칠이 지나지요. 답답한 마음에 물어도 봅니다. 관리실에서 오신 김에 이것 저것 다 좀 봐주시면 안되냐고요. 그러면 안 된다고 자긴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몽골은 사회주의 시스템이 작동했던 나라라 전문가가 그 일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전문가 분들이 오셔도 뭘 그닥 잘하시지는 않는 듯하여 그 다음 부터는 왠만한 집안 수리는 스스로 하는 편입니다. 윗집에서 수도관이 고장 나서 자다가 밤중에 집 천장에서 물만 쏟아지지 않는다면요. 하수관이 막혀서 변기와 욕조로 구정물이 역류하지만 않는다면요. 상하수도 관 연결, 전기 수리, 타일 붙이고 하는 집 수리는 직접 하죠. 예전 군대에서 배운 기술과 알바로 익힌 짬을 모두 동원해서요.
재미있는 것은 집수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몽골 분들에게 뭘 물어보면 ‘미트꾸’라고 ‘모른다’는 답을 참 많이 듣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미트꾸, 길을 물어봐도 미트꾸,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 물어봐도 미트꾸입니다. 사회주의를 경험해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당하며 눈치를 봐야 했기에 책임지지 않으려 모른다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몽골 분이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물어 보시는 거 정말 모를 때가 많다고요. 진짜 몰라서 그런 거라고 말이죠. 삶의 속도와 방향, 지식의 습득과 공유의 정도가 다른데 또 내 생각만으로 ‘왜 모르냐? 왜 모른다고만 하냐?’고 한건 아닌지요. 우리 신앙도 돌아봅니다. 때론 교회를 다닐 만큼 다니신 분이 왜 그러실까 비판하는 마음이 살짝 들 때 말입니다. 그분이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