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몽골 초원에 비가 내립니다 (2023.08.20)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8-17 07:03
조회
107
몽골 초원에 비가 내립니다 (2023.08.20)

이상수 목사

올해는 참 비가 많이 오는 듯 합니다. 주중에도 오후 내내 비가 내린 날이 있었는데요. 여름에 내린 비로 피해 소식도 많고 해서요. ‘지하 주차장에 또 침수가 되지는 않나’, ‘다른 피해 소식은 없어야 할텐데’하며 약간 긴장되는 저녁이었던 듯 합니다. 몽골에서 비 소식에 긴장이라니 좀 어색합니다. 언제부터 이랬나 싶기도 하고 유독 올해 그런 듯 하네요.

이상 기후로 비가 많이 온다 할 수도 없습니다. 어제 온 비도 겨우 12mm 였으니까요. 실은 몽골 강우량은 여름 비와 겨울 눈을 다 합쳐도 300mm 조금 넘는 정도 입니다. 물 부족 국가에 강우량 부족 국가지요. 어쩌면 비가 내리지 않아 사막이 생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입니다.

몽골은 원래 그렇게 비가 귀합니다. 그래서 손님이 비와 함께 오면 축복된 손님이라 여기지요. 비가 와도 소나기처럼 잠시 내리고 마니 우산도 잘 쓰지 않습니다. 시내 하수도도 그지 잘 정비 되어 있지 않구요. 워낙 건조한 기후다 보니 몇 시간이 지나면 금새 다 말라 버리지요. 그런데 몽골에도 약간 습도가 느껴지는 걸 보니 좀 날씨가 변한 것 같기는 합니다.

실은 비가 와야 초원에 풀이 자랍니다. 그리고 양떼들이 그 풀을 넉넉하게 먹지요. 겨울에도 눈이 많이 와야 다음 해 눈이 녹으며 풀들이 자랍니다. 유목문화든 농경문화든 비와 눈의 소중함은 마찬가지겠지만요.

언젠가 여느 때보다 비가 더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달라진 풍경은 초원의 풀들이 훌쩍 더 자랐다는 것이었지요. 올해도 풀들이 그 만큼 더 자란 듯 합니다. 비가 좀 더 오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년에 없던 홍수와 비 피해, 산사태 이야기도 들립니다.

뉴스를 찬찬히 살핍니다. 집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진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몇몇 현 상태를 진단하는 소식들을 봅니다. 수도 울란바타르에 모든 인프라와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인구의 절반이 수도에 거주하게 되고요. 제한된 땅에 집을 짓다 보니 강의 물길을 막은 아파트, 위험한 산과 저지대에 집을 짓고 살게 된 이야기도 말이지요.

돌아보면 최근 십 여년 동안 달라진 울란바타르의 풍경은 아파트가 몇 배 더 많이 생겼다는 것이구요. 산 중턱까지 있던 집 울타리와 집들이 산 너머까지 이어진 것이었지요. 인구 과밀로 인한 교통 체증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도로는 그대로 인데 사람과 차는 계속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신앙에도 때로 생기는 문제들은 계속 담아두려는 마음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은혜든 축복이든 나눌 때 더 행복해지는 법인데 말이지요. 받은 축복이 욕심으로 힘겨워진 모습들을 돌아보며 좀 덜어내는 연습을 하는 날이 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