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따가운(?) 몽골 가을 단풍 (2023.10.08)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0-06 14:11
조회
94
따가운(?) 몽골 가을 단풍 (2023.10.08)

이상수 목사

짧았던 몽골의 여름이 지나며 이젠 완연한 가을입니다. 벌써 새벽으로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첫 눈도 내렸으니까요. 가을이라 하기 보단 초겨울이라 해야 할까요. 아파트며 학교와 관공서에도 중앙난방도 시작되었으니 말이지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제법 두툼해 졌습니다.

이렇게 한 달 지나면 영하 20도, 30도는 금방이겠지요. 아침과 저녁으론, 동네 게르에서 피어나는 난로의 석탄 연기가 벌써 매콤 쌉쌀합니다. 길었던 몽골 여름 해도 이렇게나 금세 짧아 지내요. 새벽기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환하던 날이,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도 깜깜하니 말이지요.

몽골의 가을 들판은 초록에서 빨강 노랑으로 옷 입습니다. 저 먼 산의 나무들도 벌써 노랗구요. 그래서 큰 맘 먹고 단풍 구경을 나서봅시다. 도시락을 싸서 울란바타르에서 가까운 복드 산, 칭길테 산도 좋구요. 아니면 시간을 내어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드라이브도 좋겠지요.

그렇게 도착하고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로 거닐고 싶어 숲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적당한 가을바람에 날리는 낙엽이 좀 수상(?)합니다. 한국과 같은 크고 예쁜 낙엽이 아니네요. 주로 침엽수로 이루어진 숲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마치 가벼운 작은 바늘들 같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은 금새 머리카락과 옷 사이로 숨어 듭니다.

낙엽을 털어내기도 여간 번거로운게 아닙니다. 예쁘고 넓은 나뭇잎이 아니라 몽골엔 왜 이런 뾰족한 잎을 가진 나무들만 자라게 되었을까요. 넓은 나뭇잎이라고 해야 자작나무 정도니까요. 한국과 같이 울긋불긋 멋진 단풍이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침엽수림으로 몽골의 숲이 이루어진 것은 기후와 온도 때문 입니다. 높은 고산지대와 겨울이면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가는 기온 말이지요. 그래서 나무의 조직이 치밀한 활엽수는 영하의 온도에 냉해를 입고 조직이 얼어 터지기에 몽골에서 자랄 수 없는 것이지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거의 없는 적도나 열대 지방에서 나무의 조직이 치밀한 좋은 목재가 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몽골의 나무들은 목공을 할 만큼 좋은 목재가 될 수는 없어도 느슨한 조직 세포 덕분에 영하의 몽골을 견디고 살아남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뭇잎도 최대한 가늘게 뽑고 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나무의 테가 생기듯 우리의 시간도 그런 듯 합니다. 평온하고 깊은 은혜를 누린 사람은 그 신앙의 테를 가지고요. 험난한 삶의 여정을 지나오며 깊은 하나님을 체험한 사람은 그 체험의 신앙의 테를 가지지요. 그렇게 여러 나무들이 모여 아름 다움 숲을 이룹니다.

이 땅의 교회도 이런 숲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마다 다른 삶의 경험과 신앙의 테를 가졌더라도 말이지요. 서로 어울리며 품어주는 거대한 천국의 숲 말이지요. 그래서 교회 안에서는 나와 다르다고 틀렸다고 하기 보다는 그 다양함을 존중하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이 땅에서 천국을 먼저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