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커피가 뜸 들여 지는 시간 (2023.07.09)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7-15 18:22
조회
115
커피가 뜸 들여 지는 시간 (2023.07.09)

이상수 목사

몽골은 물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에도 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지요. 상하수도도 난방관을 따라 시내 중심 아파트 지역에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난방관에 상하수도를 같이 시공해야 영하 45°C의 겨울도 버티니까요. 그래서 일반 지역에는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서 먹습니다. 물에는 석회 성분이 많아 많은 분들이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이구요.

그래서 인지 몽골에서는 음료에도 민감합니다. 우유로 끓인 차를 마시거나 콜라 등 탄산 음료를 많이 드시지요. 물론 물은 생수를 권장하지만요. 10여 년 전만 해도 커피 한 잔 마시기가 참 쉽지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물 때문에 건강에 민감한 상황이어서요. 커피가 위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파다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커피빈, 카페베네, 탐앤탐스 같은 커피 전문 체인점도 많이 생겼구요. 카미노와 같은 스페셜티 카페들도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CU 나 GS25 같은 편의점 문화도 한몫했지요. 믹스커피와 자판기 커피가 세상 최고인줄 알고 살았었는데 말이지요. 건강과 문화를 향유한다는 여유도 좋구요. 이제는 정말 많은 부분이 달라 졌습니다.

가끔 COE 커피 중에 제법 등수에 들었다는 원두를 만나면 밤새 커피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그러면서 최상급 한우를 태워 먹지는 않는다는 말과 함께 좋은 커피일수록 태우지 않고 살짝 로스팅을 한다는 이야기도 하면서요. 평균적인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맛을 잡기 위해 커피를 몇 가지 종류를 섞는 블렌딩을 하는데요. 좋은 커피일수록 단품, 싱글 오리진으로 로스팅해서 즐기지요.

그렇게 좋은 원두들은 최상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 기계가 아니라 드립 용품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합니다. 정말 좋은 커피들은 전에 마시던 커피 맛이 아니라 한 잔의 좋은 차를 마시는 것 같고 꽃향기가 나는듯하여 정말 신기했습니다. 물론 좋은 원두, 알맞은 로스팅, 최상의 컨디션에 핸드 드립이 모두 잘 맞아야 하지만요.

그런데 그 커피를 핸드드립하기 전 먼저 잘 갈아진 원두에 물을 둘러 초콜릿 머핀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게 하는데요. 갈아진 커피의 원두들이 뜨거운 물을 골고루 머금어 균형 잡힌 추출을 돕는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커피의 뜸 들이기라도고 하지요. 너무 급해도 안 되고 너무 지나쳐도 어려운 딱 알맞은 그 지점을 찾아야 비로소 맛있는 커피의 드립이 시작되지요.

커피 뜸들이기를 보다가 우리의 기도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나의 기도 제목이 내가 생각하는 때, 방법과는 달라도 말이지요. 이 커피 핸드드립처럼 하나님 앞에 올려 드린 기도가 하나님 앞에서 알맞게 뜸 들여지는 시간이 필요한건 아닐까요? 하나님께서 일하시기 시작하는 그 시간을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