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나무가 자라는 자리 (2023.03.26)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3-22 19:28
조회
167
나무가 자라는 자리 (2023.03.26)

이상수 목사

몽골은 푸른 초원의 나라입니다. 그 초원에 양떼들이 다니는 유목의 나라이지요. 밤하늘의 별이 쏟아지고 한 여름의 강렬한 햇살마저 시원한 그런 나라입니다. 여름에 몽골을 방문한 여행자라면 더 없이 그렇게 느끼겠지요. 하지만 요즘 뉴스에서 몽골은 황사의 진원지, 기후 난민 이라는 소개가 더 많네요.

실은 몽골에는 고비라는 큰 사막이 있습니다. 나무와 풀들이 잘 자라지 않는 모래가 가득이지요. 뉴스에서 염려하는 더 큰 부분은 현재 초원인 곳들도 사막화 되어 간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봄철 바람이 일면 정말 큰 모래 바람이 생기기도 하죠. 한국에서는 황사라 하지만 몽골 현지에서는 거센 바람에 날아다니는 모래와 흙 같아요.

이를 두고 지구 온난화의 결과다, 강수량이 워낙 적은 기후 문제다, 캐시미어 생산을 위해 염소 개체수를 너무 늘린 욕심의 결과다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다 맞는 말 같습니다. 겨울에 눈이 적게 오는 것도 그 이유인 것 같고요. 때론 영하 55도의 너무 추운 겨울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몽골에서도 10억 그루 나무 심기라는 엄청 크고 반가운 프로젝트가 국가 차원으로 실행 중입니다. 오래 전부터 이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푸른 아시아’와 같은 NGO 단체들의 수고도 빼놓을 순 없지요. 한국 지자체에서도 몽골에 나무 심기를 많이 합니다. 덕분에 묘목 조림장도 많이 생겼구요.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몽골에도 자연적으로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높은 해발 고도에 극악한 강수량에도 자작나무 숲과 황금소나무 등 멋진 나무들도 있습니다. 물론 늘 물이 마르지 않는 강가 등 장소가 매우 제한 적이기는 합니다. 산비탈에도 나무들이 자라는데요. 신기한 것은 주로 그늘이 지는 북쪽 비탈에만 나무가 자란다는 것이지요.

햇살을 많이 받는 남쪽 양지에는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얼마 내리지 않는 눈과 비 마저 곧 말라 버리니 채 나무가 자랄 수분을 땅이 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산의 골짜기와 그나마 수분이 모이는 북쪽으로 기울어진 비탈에만 나무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작나무 숲도 백두산에 가야 볼 수 있다는 황금소나무도 다 그렇게 자라납니다.

신앙도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햇살처럼 바르게 한다던 신앙의 모습이 율법적 정죄로 형제의 신앙마저 자라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십자가를 참으심으로 우리를 하나님과 화해케 하셨습니다. 그런 예수의 길을 따르는 성도된 우리 아닙니까? 다른 형제 자매의 삶에도 황금소나무가 자라고 자작나무 숲이 우거질 수 있도록 이제는 용납하고 포용하는 신앙이 되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