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보호종 야생동물에게 생긴 일 (2023.04.02)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3-29 13:13
조회
135
보호종 야생동물에게 생긴 일 (2023.04.02)

이상수 목사

요사이 며칠 날이 따듯하고 눈이 녹아 봄인 줄 알았습니다. 바람도 불어 마치 나무에도 새순이 움틀 것만 같았지요. 하지만, 갑자기 내린 눈과 불어오는 강풍에 알았습니다. 아! 아직 3월이구나! 아직 몽골은 겨울이구나! 실은 7월을 기준으로 전후 한두 달, 길어야 세달 남짓한 시간이 몽골의 여름입니다. 봄과 가을은 왔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지요. 그리고 남은 시간들은 눈이 가득한 겨울입니다. 한국에서는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벌써 들려오는데요. 여긴 영하 20도였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낮으로는 가끔 영상으로 올라가 눈도 녹고 봄 기분이 난다는 것이지요. 몽골을 동토의 땅, 얼어붙은 땅이라고도 하는데요. 실제로 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는 골짜기가 고비사막에 있습니다. 멀리 고비사막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름에 공사를 하려 땅을 파면 종종 얼어붙은 땅을 보기도 한답니다. 몽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의 최대 고민도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라고 할 정도니까요.

몽골의 겨울은 정말 춥고 겨울에는 낮에도 영하의 날씨지요. 그러다 보니 눈이 한번 오면 다음 봄이 오기 전까지 녹지 않습니다. 때론 폭설도 문제입니다. 그렇게 내린 눈이 녹지 않았는데 또 그 위에 눈이 쌓이니 초원의 양떼며 가축들의 먹이도 걱정이지요. 비단 이런 초원의 문제는 유목 가축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아르갈리(야생 양), 아이벡스, 붉은 사슴, 블랙 테일 가젤, 쿨란(야생 나귀) 등 몽골 야생에서 살아가는 희귀 종 동물들의 먹거리도 부족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희귀 보호종 동물들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나라에서는 이를 파악하고 먹이를 주고 돌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기분이 좋지 않은 뉴스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버린 유기견이 들개가 되어 그런 보호종 동물들을 해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몽골은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잘 돌본다고 알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내용인즉슨 강아지를 판매하는 업자들이 사람들의 선호도가 낮은 암컷 강아지를 내다 버린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렇게 버려진 강아지들로 인해 들개의 개채수가 폭증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도심에서 반려견으로 수컷 강아지들이 선호도가 높은 이유까지는 알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선호도 때문에 버려지는 강아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버려진 생명이 살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고 사람들이 던지는 돌에 쫓겨 갑니다. 그렇게 몰린 곳에서 굶주림과 자신의 생존 본능으로 사냥(?)을 하게 된 것이구요. 결국 사람들의 욕심과 취향, 선호도로 인해 정작 지키고 보호해 주어야 할 연약한 보호종 동물들까지 해를 입게 되는 아이러니입니다. 늑대도 아닌 유기견에게 말입니다.

겨우내 내리는 눈을 내리지 마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눈이 내리지 않으면 다음해 풀들이 자랄 수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나를 위한 욕심을 조금 더 내려놓고 생명을 생각한다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 될 텐데 말이지요. 몽골의 자연도, 우리의 신앙 공동체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