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차타고 다니는 바보 (2023.02.12)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2-10 14:08
조회
167
차타고 다니는 바보 (2023.02.12)

이상수 목사

몽골 울란바타르는 교통 체증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심합니다. 시내가 크지 않아서 보통은 출퇴근 이동거리가 6~10km 정도 되는데요. 이 정도 이동하기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되지요. 정말 막히는 구간에 들어서면 3~6시간이 걸릴 수도 있답니다. 거의 차타고 주정차하고 있는 느낌이지요. 그래서 걸어 다니는 게 더 빠르다고, 차타고 그렇게 막히는 길에 서 있는 사람을 ‘차타고 다니는 바보’라 부를 정도입니다. 정말 왜 그리 막히는지 답답할 정도이지요.

이렇게 막히는 게 일상이니 평일에도 차량 5부제를 합니다. 월요일에는 번호판 끝자리 1과 5번이 못 다니는 식이지요. 어기면 벌금도 있고 명절이나 입학시즌에는 2부제인 홀짝제를 실시하지요. 그래도 별반 나아지지 않는 듯합니다. 5부제와 2부제를 피하기 위해 차량을 2대씩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아지고 있지요. 무엇이 문제일까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가 혼자 답답한 마음에 생각을 해봅니다.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는 인구 30만에서 50만 정도 살 수 있도록 계획된 도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울란바타르 중심에서부터 왠만한 시내 관공서와 명소들은 날이 좋으면 걸어 다닐만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몽골 인구의 절반이 넘는 200만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지요. 몽골의 열악한 기후와 환경, 그리고 유목과 광물 수출에만 의존하는 독특한 구조 때문인데요. 영하 50도가 넘는 혹한의 추위에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이 도시 빈민으로 유입되는 상황도 한몫하지요.

그럼 몽골 땅도 넓은데 넓게 넓게 쓰면 되지 않냐는 생각도 들지요. 몽골은 넓지만 울란바타르는 해발 1350m의 고산 분지 지형이거든요. 그래서 정리해 보자면, 크지 않은 면적에 겨울에는 춥고, 오래된 도시라 길은 좁고, 인구는 너무 많아졌고, 지하철도 없고 대중교통이 부족해 자가 차량이 많아지고, 좁은 길은 러시아 영향(?)으로 가다보면 막힌 길이 많고, 대학과 학교, 관공서와 시장 등 시골에서도 일을 보려면 울란바타르를 와야 하고, 그래서 정말 걸어서 30분이면 갈 길을 차타고 1시간, 1시간 30분을 가고 있는 것이지요. 언제고 어떻게 교통이 좋아 질 날이 있을지 정말 의문입니다.

그러니 운전하는 분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지고, 양보 운전도 없고 끼어들기에 정말 운전도 쉽지 않습니다. 한 번은 운전을 하다가 시비(?)를 거는 듯 인상을 쓰는 아저씨에게 창문을 내리고 미소를 지으며 ‘센베노~’하고 인사를 건냈습니다. 그랬더니 잔뜩 지푸렸던 얼굴에서도 웃음 꽃이 피더라구요. 그래요. 세상이 그렇다고, 환경이 그렇다고 서로에게 짜증을 낸들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 세상 함께 살아가는 바보들끼리 한 번 더 같이 웃는 것,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님 곧 오실테니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