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선한 사마리아 몽골인 (2023.02.19)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2-17 21:49
조회
125
선한 사마리아 몽골인 (2023.02.19)

이상수 목사

몽골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매년 체감할 정도로 도시도 발전하고 길도 좋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비포장도로와 험한 길이 많지요. 그래서 자동차 타이어 펑크 등 잔고장이 많습니다. 시내에서 벗어나 시골을 가는 길에 차 고장이라도 나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시골로 나가면 어떤 때는 반나절을 가야 유목민 게르를 하나 볼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골을 갈 때는 여행이라도 차량 한 대로 잘 이동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위기 상황을 대비하여 두 대 이상 다니지요. 하지만 부득불 한 대로 이동을 해야 할 때도 있지요. 그렇게 길을 나서면 마음이 편치 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꼭 그런 날에는 자동차 정비를 잘해도 이런 저런 고장이 나지요. 그리고 여행 중간에 길가에 고장난 차를 세우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사방이 푸른 초원인 그곳에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가는 몽골 분들이 차를 세우고 도와주기 시작할 테니 말입니다. 시내에서 운전하며 만나면 교통체증에 얼굴을 찌푸릴지 몰라도, 시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넉넉한 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고장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서 도움을 베풀어 주지요. 보답을 바라지도 않고 말입니다.

시골 환경이 열악해서 그런지 정말 몽골 분들은 잘 도와줍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지요. 초원에 유목민의 게르도 나그네를 위해 음식과 음료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마 아는 것 같습니다. 서로 이렇게 돕지 않으면, 초원에서 고립이 되면 정말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것 말이지요. 여름 초원 길을 가다가 진흙길에 차가 빠져 있어도 서로 끌어주고 도와줍니다.

그래서 한 번은 저도 진흙길에 빠져 있는 자가 있길래 내려서 돕기 시작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 몽골인들에게 받은 도움을 저도 갚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지요. 그런데 그렇게 내려서 견인줄을 걸고 채비를 하는 동안 제 신발이 진흙으로 엉망이 되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차를 끌어 주고 도와주는 동안 제 옷이며 얼굴이며 튄 흙덩이들로 난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곤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장난 다른 차를 고치고 도와주며 손에 기름때가 묻어도 웃어주던 선한 사마리아 몽골 분들, 그리고 아마 그 옛날 강도 만난 사람들 도와주던 사마리아인도 강도의 피며 엉망이 되어버린 옷가지에 흙이며, 포도주며 같이 그렇게 엉망이 되었겠지. 누군가를 돕는다면서 우아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또 교만이 아닐까. 돕는다는 것은 나의 시간과 환경 모든 것을 희생하기로 먼저 결정하는 것이라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