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더 걸러내고 덜어내야 (2023.03.05)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03-02 12:01
조회
173
더 걸러내고 덜어내야 (2023.03.05)

이상수 목사

몽골은 물이 좋지 않습니다. 보기엔 깨끗하지만 그냥 마시기엔 좀 무리입니다. 아무리 깊게 우물을 파고 물을 길어 올려도 마찬가지이죠. 이유는 몽골 물에 함유된 많은 양의 석회 성분 때문인데요. 이런 환경에 오래 지내다 보니 신장에 이상이 있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몽골에서는 물을 어떻게 정제하여 마실 것인가가 아주 중요하지요.

물이 좋지 않은 지역에는 차 문화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을 끓이고 불순물을 제거하여 마시는 한 방법이지요. 덕분에 중국에서도 향기로운 많은 차를 맛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몽골에서도 시골 유목 게르나 가정을 방문하면 물이 아닌 차를 내어 옵니다. 우유를 차와 함께 끓인 ‘수테채’입니다.

맛있다고 계속 마시면 그 잔이 비워지기 전에 계속 채워 줍니다. 몽골의 인심이지요. 정입니다. 그리고 요즘 몽골 젊은이들은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지만, 십여 년 전만해도 커피가 위와 신장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물에 대한 긴장이 있었지요. 일반적으로 몽골에서는 물을 끓여 홍차 등의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요즘은 커피도 차도 다양해지고 선택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요.

가정에서도 마실 물은 그래서 따로 생수를 통으로 주문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달된 생수도 간이 정수기에 다시 걸러 음용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아예 집 싱크대에 필터 정수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동네 수퍼에 가도 생수를 어렵지 않게 구매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물을 돈 내고 사먹는다는 것을 생각 할 수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요즘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물이 더 좋은 물인지 서로 홍보도 하고 그럽니다. 대표적으로는 정제수 중 순수 H2O임을 자랑하는 ‘보나쿠아’가 있고, 미네랄을 함유했다는 ‘호찌르트’가 있습니다. 물론 성분을 분석하고 함유량을 비교한다고 해도 적말 작은 차이이겠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몽골의 물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언가가 너무 많아서라는 것이지요.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 성분들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걸러내고 덜어낸 필요한 물을 우리가 마시는 것입니다.

교회력으로 사순절을 보내며 우리의 신앙을 돌아봅니다. 우리의 신앙도 우리가 중심이 되어 이것저것 욕심 부리며 떼쓰듯 달라하진 않았는지 말이지요. 그렇게 해서 더 나아지고 존중받고 행복해 졌을까요? 부족해서가 아니가 무언가가 많아서 지금 웃음이 사라지고 서먹해진 건 아닐까요? 다시 예수님의 걸음을 따라 걷습니다. 우리네 인생에 더 걸러내고 덜어낼 것을 찾아 비워내는 사순의 복된 걸음 되시길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