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나는 당신의 동생이 아닌데요? (2023.10.15)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0-13 12:19
조회
95
나는 당신의 동생이 아닌데요? (2023.10.15)

이상수 목사

몇 해 전 몽골 티비 뉴스에 나온 한 재미난 실수 한 장면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이 되어 기자가 학생들을 취재하러 한 초등학교 앞으로 간 거죠. 새 학기 풍경을 담으려고요. 기자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을 인터뷰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불렀죠. ‘미니 두’(Миний дүү 내 동생) 그랬더니 꼬마 학생이 대답합니다. ‘나는 당신의 동생이 아닌데요?’

몽골 문화에서 호칭은 때론 일반 의미를 넘어 깊은 친근감과 유대감을 줍니다. ‘미니 두’라는 표현도 진짜 내 동생이 아니지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사용하는 친근감의 표현입니다. 보통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런 표현들로 분위기가 부드러워 지죠. 하지만 이 꼬마 학생은 딱 그 언어만 받아들여 더 어색해 진 거죠. 기자는 얼마나 당황을 했을까요?

마찬가지 의미로 그리 많은 연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위 사람에겐 ‘아흐’(ах 형, 오빠)나 ‘에그체’(эгч 언니, 누나)로 부릅니다. 아무에게나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이고 직장 등에서 상급자인데 그렇게 불린다면, 진심으로 현지인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한국에서도 윗사람에게 함부로 ‘형님’, ‘언니’하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모르는 사람에게 간단한 것을 물어보기 위해 사용하는 호칭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구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 ‘안다’는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친척과 같은 끈끈함의 표현이지요.

얼마 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YWAM(Youth With A Mission)의 창립자 로렌 커닝햄(1935.6.30.-2023.10.6.)은 그의 선교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형제, 자매로 호칭했습니다. 누군가 그를 ‘박사’ 또는 ‘목사’로 호칭하면 그는 재빨리 ‘예수님도 단지 예수님이셨고, 나도 단지 로렌일 뿐입니다. 그냥 로렌으로 불러주세요’라고 겸손함을 보였다지요.

물론 상하관계가 중요하고 교회를 직분과 조직 문화로 인식하는 한국에서는 참으로 낯선 상황입니다. 예수전도단에서 훈련을 받은 청년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교회에 돌아가 목사님께 ‘형제님’이라고 불러서 당황스럽게 했다는 에피소드들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도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친구’ 삼아 주셨습니다. 형제와 자매로 부르셨지요. 그리고 자녀 삼아 주신 끈끈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기독교 신앙의 구원을 확인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예수 안에서 진리를 품을 때 자유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복음으로 뜨거웠던 우리 선조들은 말씀대로 살기 위해 서로를 형님, 누님으로 불렀다는 초대 한국 교회사의 기록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게 호칭하자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스스로 자신을 높이며 남을 낮추는데 교회의 직분 호칭과 조직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며 가난한 자와 약자를 사랑하고 돌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이 땅에 편만하기를 다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