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몽골식 양고기 김장 (2023.10.22)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0-20 11:32
조회
100
몽골식 양고기 김장 (2023.10.22)

이상수 목사

날이 쌀쌀해지고 새벽으로는 벌써 영하의 날씨입니다. 차를 밖에 세워 두었더니 하얗게 새벽 서리가 내렸네요. 그리고 벌써부터 양고기와 말고기를 파는 차들이 동네 곳곳에 주차되어 있네요. 동네 분들도 어느 시골에서 온 고기인지를 묻고 또 사는 모습이 이제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몽골은 고기가 주식인 나라입니다. 그리고 주로 겨울에 양고기, 소고기 등을 먹지요. 물론 식생활이 현대화 되며 다른 종류의 많은 음식들을 대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겨울이 오기 전 김장을 하며 월동 준비를 하듯 몽골도 고기 김장(?)을 하지요.

겨울 전에 고기를 준비하여 겨우 내 사용하는 것인데요. 시내에서 구입하면 고기가 비싸기에 시골에 아는 친척을 통해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자란 고향의 고기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그렇게 고기를 준비합니다. 요즘은 냉장고가 좋아져서 보관도 용이하지요.

하지만 냉장고가 없어도 걱정은 없습니다. 10월 말이면 영하로 내려간 날씨가 내년 봄은 되어야 영상으로 올라올 테니까요. 건물의 베란다나 식료품 저장 공간에 두어도 겨우내 보관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11월에 가축 세금을 내기에 그 전에 고기가 시장에 많이 풀려 고기 김장 진풍경이 되지요.

이렇게 준비하는 고기 중에 버르츠(борц)라는 것도 있습니다. 겨울에 춥고 건조한 기후를 이용하여 고기를 잘라 게르 안에 매달아 말리는 것이지요. 한 달 정도 되면 부피도 많이 줄고 단단한 나무 조각처럼 되는데요. 이런 고기를 갈아 자루에 넣어 보관하지요.

버르츠는 예전에는 제국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사용되었다고도 해요. 따듯한 물이나 우유에 고기 가루를 타서 먹으면 열량과 단백질 공급에는 최고였으니까요. 요즘도 몽골 마트에 가면 버르츠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맛과 냄새에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요.

몽골에서는 추운 겨울을 이렇게 준비합니다. 이런 유목 생활의 이점들이 근간이 되어 이 땅에서 가장 큰 나라를 세운 저력이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준비된 고기들로 겨울에는 보쯔(Бууз, 고기 찐 만두)도 만들고 양고기를 통째로 삶아 오츠(ууц)도 만들어 설 명절에 귀한 손님들께 대접도 합니다.

몽골의 겨울이라는 혹한을 고기 김장을 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의 신앙에도 이런 김장의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근심 걱정 없고 평안할 때 누릴 수 있는 감사함도 있어야 하겠지만요. 그럴 때 일수록 시련이 와도 넉넉하게 견딜 수 있도록 믿음의 기도와 말씀의 묵상을 깊게 하는 것 말이지요.

그리고 또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신앙 끝에 마침내 다다르게 될 아버지의 나라 말이지요. 이 땅에서 살아가며 하루하루가 벅찬 나머지 영원한 천국을 위해 우리는 오늘 무엇을 김장, 저장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세상에 무엇을 더 쌓으려는 마음의 염려와 근심을 덜어내고요. 우리의 보화를 영원한 하늘에 쌓는 복된 날 되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