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몽골 아이 머리카락 자르는 날 (2023.10.29)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0-27 14:50
조회
119
몽골 아이 머리카락 자르는 날 (2023.10.29)

이상수 목사

친하게 지내는 몽골 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세 살 난 아이 머리카락 자르는 날이니 오라고 말이지요. 전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선물을 챙겨 길을 나섭니다. 몽골에서는 ‘세웰렉 우르게흐 여슬럴(Сэвлэг үргээх ёслол)’이라고 하는 행사입니다.

한국의 육아속(育兒俗)에서는 백일이 지나면 아이의 배냇머리 잘라 주는데요. 몽골에서 삼년이 지나는 해 봄과 가을에 아이들의 배냇머리를 자릅니다. 그전까지는 남자 아이들도 머리를 자르지 않고 기릅니다. 그래서 눈이 예쁜 긴 머리 아이를 보고 ‘딸이 예뻐요’하다가는 ‘아들입니다’ 소리를 종종 듣지요.

방문해서 차려진 맛난 몽골 전통 음식들을 맛봅니다. 삶아서 올린 양고기 오츠, 쌓아 올린 빵 버브, 그 사이에 쌓여진 아롤 등 유제품도 말이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행사를 시작합니다. 먼저 아이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에 우유를 조금씩 마십니다.

우유를 마시는 이유는 그 사람의 마음도 몸도 우유처럼 깨끗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는 예쁜 전통 옷을 입고 부모와 함께 앉아 있구요. 먼저 나무칼을 머리에 대고 그 다음에 푸른 천에 감싼 가위로 머리카락을 조금 자릅니다. 가위는 그 자체로 위험한 흉기가 될 수도 있기에 좀 더 조심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덕담을 해주지요. 저는 ‘하나님의 축복을 많이 받은 지혜롭고 현명한 아이가 되거라’고 축복하며 기도해 주었습니다. 물론 선물도 함께 말이지요. 아이의 자른 머리카락은 푸른 천에 따로 담아 둡니다. 아이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에 아이가 자라 성년이 될 때까지 보관하지요.

아이의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삼년을 기르는 데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민간 신앙에 따르면 어릴 때 병마가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하게 남자 아이의 머리를 길게 길러 여장을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귀신이 아이를 데려가지 못하게 아이들의 이름을 ‘이름 없음(Нэргүй)’라고 짓기도 했으니까요.

이 하루는 몽골 초원에서 살아가며 열악한 의료, 생활환경에도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믿음이 가득 모인 날입니다. 온가족과 친척, 이웃이 모여 아이에게 맘껏 축하와 축복의 말을 해주지요. 아이도 내내 방긋 웃으며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언어의 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평상시에도 그렇지만 이런 특별한 행사에선 더더욱 그렇지요. 좋은 말을 하고 덕담을 하며 복을 나눕니다. 말 한대로 된다고 믿기에 아무리 나쁜 상황에서도 악담을 하지 않으려 애쓰지요.

물론 복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로부터 내립니다. 하지만 몽골의 민간 신앙도 좋은 말, 덕담을 하려 그렇게 애쓰는데요. 정작 하나님의 자녀 된 그리스도인으로 우리는 어떤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받은 은혜와 믿음을 따라 은혜와 축복, 긍정의 말을 하고 있는지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