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몽골 아이가 본 마법 막대기 (2023.11.05)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1-03 09:17
조회
101
몽골 아이가 본 마법 막대기 (2023.11.05)

이상수 목사

몇 년 전 이야기입니다. 한 몽골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꼬마 아이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아빠는 반짝이는 빨간 마법 막대기를 가지고 있어요. 이 마법 막대기를 가지고 나가면 돈을 많이 벌어오세요” 자랑스런 표정으로 아이는 아빠 이야기를 마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쳐지자 방송국 스텝들이 분주해 지기 시작합니다. 역대급 방송사고입니다. 실은 이 아이의 아빠가 경찰이었거든요. 그 다음에 진행된 상황은 생각대로입니다. 교통경찰이었던 아이의 아빠는 불법 뇌물 수수로 인해 직위 해제되고 말았다는 이야기 이지요.

지금은 거의 그런 일이 없습니다만, 십여 년 전만 해도 그랬답니다. 당시에는 교통 단속이나 처벌, 벌금 납부 등이 전자화 되어 있지도 않았구요. 경찰이 차를 세워 면허증과 차량 등록증을 압수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그렇게(?) 해결을 하곤 했다지요.

아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참 안타까운 상황이 되어버린 아이의 아빠입니다. 무조건 경찰만 잘못이라 하기도 그런데 말이지요. 질서를 지키지도 않고 또 단속 절차를 빠져 나가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물론 모두 법과 질서를 잘 지킨다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요.

요즘도 지나다 빨간 봉을 들고 수신호를 하는 경찰을 보면 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물론 그 때의 마법 막대기가 아니라 차량을 멈추고 가게 하는 바른 역할을 하고 있지만요. 큰 사거리도 때론 정전이 되어 신호등도 꺼지면 엉킨 차들을 풀어내느라 수고가 많은 교통경찰입니다.

물론 운전을 하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지지요. 내 앞길만 막고 다른 차량들만 보내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울란바타르의 크기와 도로에 비해 많은 차량, 부족한 대중교통, 아이들의 등교와 직장인의 출퇴근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교통 정체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다행인 것은 이런 불편함을 두고 여러 각도에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적인 논의와 입법을 위한 움직임들도 보이고요. 교통 관리도 하고 정체구간 파악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구요. 인구 분산이나 도시 환경, 개발을 위한 논의도 그렇습니다. 대중교통 개편과 교통 규제 강도를 높인다는 뉴스도 보입니다.

며칠 전에는 녹색 도시 개발을 위한 정부 사업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구요. 또 뉴스에 울란바타르에 지하철을 논의 한다는 정책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한해, 두해가 걸릴 수도 있고요. 십년, 이십년이 걸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르게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논의해야 하지요. 이 좋은 논의 들이 다음 번 선거에서 인기를 얻기 위한 마법 막대기로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구요.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문제가 있다면 직면하고 다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어야지요. 방향을 다시 잡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당신의 증인으로 부르시고, 우리 사이에 천국을, 교회를 공동체로 허락하셨으니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