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몽골 어머니의 기도 (2023.11.12)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1-11 10:14
조회
120
몽골 어머니의 기도 (2023.11.12)

이상수 목사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한 주간 교회 특별새벽기도회로 모였는데요. 이런! 새벽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도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나름 몽골학교 방학에 맞춰 차가 덜 막히는 시간을 정했는데 말이지요.

아니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 합니다. 실은 예년과 비해도 11월 날씨는 엇비슷하지요. 다만 올해 10월이 너무 따듯했던 것이었겠지요. 삶의 온도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좋기만 할 수는 없는 날들이니까요.

아침 산책을 하는 아파트의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산책을 합니다. 학교 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종종입니다.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점점 세련되어 집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동네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이들도 예쁘구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보다 더 먼저 정원을 나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녀들의 오늘 하루가 안전하게 기도하는 어머니들입니다. 담은 병에서 우유를 잔에 따라 수저로 하늘에 흩뿌립니다. 동서남북 모든 방향을 향하여 뿌리고 기도하지요.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한 하루를 위해 그렇게 기도합니다. 몽골의 경제가 힘들어지면, 이슈가 있으면 기도하는 어머니들이 더 늘어나는 듯 합니다. 우유처럼 하얗게 자녀들의 길이 밝아지길, 불운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일까요.

몇 해 전부터 한 기도하는 한 아주머니를 봅니다. 보통은 이렇게 일찍 기도를 시작하지 않는데요. 이 아주머니는 새벽 5시 전부터 기도를 시작하네요. 그리고 정원이 아니라 지하주차장에서 기도를 하세요. 아마 자녀의 차량이 안전하길, 자녀의 길이 복되길 기도하겠지요.

그렇게 종종 새벽기도를 출발하며 주차장에서 뵙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그때까지도 기도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봅니다. 참 열심입니다. 우유를 뿌리고 나서도 차량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합니다.

그럴 때면 내가 아주머니 보다 기도시간이 짧은 건가 부끄럽기도 하구요. 매일 세 시간씩 기도했다는 루터의 말도 떠올라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확인하고 비교 할 수 있는 것은 물리적, 양적인 기도의 시간일 테니까요.

수도사 출신이었던 루터는 일과에 따라 기도를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오후 강의 준비로 세 시간씩 구분하여 열심을 내었다고 하지요. 물론 매일 시간을 구별하여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것 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따로 구별한 기도의 시간이 나의 ‘의’가 되어버린다면 문제가 또 되겠지만요. ‘기도란 하나님과 화해하고 구원받는 수단’이라고 배운 루터도요. 기도를 열심히, 오래, 많이 할수록 의심하게 되었으니까요. ‘내 기도의 양이 구원 받을 만큼 충분 한가?’

그렇게 보면 얼마나 기도했는지 시간이 문제가 아니군요. 그럼 오늘은 우리가 어디에 있던지 짧은 기도라도 좋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하나님 앞에 올려 드리고요. 하나님 앞에 잠잠한 시간을 통해, 말씀을 묵상하며 오늘 나에게 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