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몽골 자이승 승전탑 (2023.12.10)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2-06 20:32
조회
76
몽골 자이승 승전탑 (2023.12.10)

이상수 목사

울란바타르 중심에서 남쪽으로 강을 건너면 나오는 동네가 있습니다. 지금은 부촌의 대명사가 된 자이승(Зайсан)이지요. 이곳은 원래 몽골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던 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성스러움도 개발의 바람을 피해갈 순 없었던 것이었겠지요.

이곳이 개발되기도 전인 1971년 자이승 언덕에 기념관이 만들어 집니다. 지금 자이승 승전탑이라고 불리는 곳이지요. 구소련의 붉은 군대의 깃발을 들고 서 있는 군인의 27m나 되는 동상입니다. 몽골이 구소련과 함께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구소련에서 지어 기증한 탑이지요.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래에서부터 600계단입니다. 물론 요즘은 건물로 새로 지어져 언덕 중반부터 300계단만 오르면 되지만요. 해발 1300m 가 넘는 울란바타르에서 계단을 또 오른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이승 승전탑에 오르면 울란바타르 시내 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좋은 보상이 되지요.

자이승 승전탑은 몽골의 사회주의 혁명 50주년을 기념하기도 한 탑입니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군인 동상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둥글게 펼쳐진 조형물 가운데 벽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스탈린과 레닌을 포함한 구소련이 몽골에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모자이크 형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아마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게 설명하기 위한 그림판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큰 이야기의 흐름은 ‘2차 세계대전에 시대의 부름으로 구소련이 참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구소련이 몽골과 함께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을 물리치고 세계 평화를 가져왔다.’는 내용입니다.

몽골의 독립에 대한 구소련의 지원, 2차 세계대전 당시 동아시아 지역의 핵심 전투였던 할힌골 전투(Халхын голын байлдаан 1939)에서 일본을 물리친 내용, 몽골에서 구소련의 전투에 기증한 말과 자금, 꺾여 바닥에 부서진 일제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나치 독일의 깃발)가 함께 묘사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무리는 그렇게 세계평화가 왔고, 구소련이 열었던 새로운 우주 시대의 모습으로 마무리가 되지요. 아시아 최초 우주인으로 탑승했던 몽골인(Жүгдэрдэмидийн Гүррагчаа)에 대한 모습도 함께 말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보면 구소련과 몽골이 참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말이지요. 그렇게 시골에서 올라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느끼고 가겠지요. 하지만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구소련의 시선을 따라 만들어진 이야기, 구소련이 몽골에 해주고 싶어 했던 이야기에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실제 몽골 역사에 일어났던 역사, 그리고 근대화와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더 큰 몽골의 그림을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신앙에서도 어떤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는가가 정말 중요한 듯합니다.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세상이 말하는 모든 세속의 방법들과 논지의 흐름을 따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하나님의 자녀로 세상 위에서 사랑과 자비의 더 큰 그림을 보고 실천하며 멋지게 살아가는 삶이 우리 신앙인의 삶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