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목회 칼럼

흰 옷 입은 몽골 산타 (2023.12.24)

작성자
한인교회
작성일
2023-12-22 15:23
조회
92
흰 옷 입은 몽골 산타 (2023.12.24)

이상수 목사

여느 때보다 추운 몽골의 12월입니다. 울란바타르의 기온도 요 며칠 밤에는 영하 40도 가까이 내려갔으니까요. 거기에 전기 공급에 차질이 있다는 뉴스에 또 긴장했네요. 기름도 구하기 힘들어 2시간 씩 줄을 서야 20리터 정도 넣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모두 러시아에서 전기와 유류를 공급 받는 몽골 사정 때문이지요. 몽골의 화력 발전으로는 겨우 내 쓰는 전기를 모두 감당하기는 힘이 듭니다. 원유가 나는 산유국이지만 국내에서 정제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새벽기도 가는 길 따라 장식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참 예쁩니다.

실은 전기와 기름만 러시아의 영향이 있는 건 아니었지요. 몽골에 와서 첫 해 맞이했던 겨울에는 참 생소한 풍경이 많았습니다. 겨울이면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오지 않는 덕에 공원에 놓인 얼음 조각과 얼음 미끄럼틀에 아이들이 신났었습니다.

그리고 몽골 TV에 나오는 ‘겨울 할아버지(өвлийн өвгөн)’라 불리는 산타는 이전에 보던 빨간 옷이 아닌 흰 옷에 파란 망토를 두르고 있었구요. 교회에서는 성탄절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지만, 몽골에서는 새해에 선물을 나누어 주었지요.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신질(шинэ жил)’이라는 연말 파티를 정말 멋지게 보냅니다. 이 대부분의 이유는 몽골이 1920년부터 70년간 러시아 문화권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몽골은 공산화 되고 많은 러시아 군인들과 상인들이 몽골에 거주하고 있었지요.

러시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러시아정교를 신봉합니다. 러시아 정교는 지금의 양력인 그레고리력이 아닌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구요.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성탄절도 1월 7일로 지키지요. 대신 연말에 새해를 기념하여 파티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선물도 새해를 맞이하며 나누지요.

‘데드 모로스(Дед Мороз, 서리 할아버지)’라 불리는 러시아 산타도 파란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스네구로치카(Снегурочка, 눈 아가씨)’라는 손녀를 조수로 삼아 함께 다닌 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잠 들었을 때 선물을 주고 오는 빨간 옷의 산타와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노래도 불러 준다지요.

이런 사회주의와 러시아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요. 아직 몽골에서는 12월 25일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몽골의 산타도 12세기 성 니콜라오스의 축일에 선물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는 같은 이야기를 따르고 있지요.

물론 산타클로스와 선물, 그리고 새해에 더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가려지는 것은 안타깝지만요. 그래도 그 처음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던 한 사람을 기념하여 시작되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빨간 옷을 입었든, 파란 옷을 입었든, 흰 옷을 입었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은 다 같지요. 우리 그리스도인도 그렇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주장하는 바도 다릅니다.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지요.

그렇게 다르다고 ‘어떻게 교회 다니는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따지고 있기 보다는요. 올 겨울엔 작은 마음의 선물을 준비하여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낮은 곳까지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말이지요.